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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정신 ‘계승’ vs ‘심판’…정근식·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 공약 맞불 [지금 교실은]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는 4명의 후보가 도전장을 던진 가운데 진보진영 단일화 후보인 정근식 후보와 보수진영 단일화 후보인 조전혁 후보의 양자대결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두 후보는 각각 ‘조희연 교육감 정신 계승’, ‘조희연 교육감 교육 심판’을 내걸고 맞서고 있다. 

조전혁 후보(왼쪽)와 정근식 후보. 연합뉴스

조전혁 후보(왼쪽)와 정근식 후보. 연합뉴스◆조희연 정신 계승 VS 심판

5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0월16일 치러지는 선거에는 ▲윤호상 ▲정근식 ▲조전혁 ▲최보선 후보(가나다순)가 출마했다. 이중 정근식 후보는 진보진영, 조전혁 후보는 보수진영 단일화 기구에서 추대한 후보다. 

정 후보는 1957년생으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원장,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2기 위원장 등을 지냈다. 1960년생인 조 후보는 18대 국회의원(한나라당), 서울시 미래교육연구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두 후보는 각자 조희연 전 교육감 정신의 ‘계승자’, ‘심판자’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조 전 교육감은 2014년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된 뒤 2018년, 2022년 선거에서도 승리해 10년간 서울시교육감 자리를 지켰다. 그러다 지난 8월29일 대법원에서 해직 교사 특별채용 건으로 징역형을 확정받으면서 서울시교육감 직을 잃었다. 

정 후보는 “조 전 교육감의 혁신교육 성과가 많다”며 혁신학교 토론교육·생태전환교육 등 조 전 교육감이 추진하던 정책을 대부분 계승하겠다는 입장이다. 3일 치러진 정 후보의 출정식에는 혁신학교 졸업생과 학부모가 나와 지지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반면 조 후보는 조 전 교육감의 진보교육에 대한 ‘심판론’을 내세웠다. 조 후보는 2022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도 출마했으나 당시 진보진영 단일화 후보였던 조전 교육감에게 패배한 바 있다.

조 후보는 출정식에서 “조희연의 10년은 서울교육 ‘어둠의 시대’였다”며 “10년 만의 교육 정상화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조 전 교육감의 혁신학교를 폐지한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맞춤형 교육 강화 VS 지필고사 부활

두 후보 모두 공약의 중심은 ‘기초학력 신장’이다. 기초학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동일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그 방법은 차이가 있다.

정 후보는 대학과 협업해 학습부진, 경계선 지능 등 문제점을 진단하는 ‘(가칭)학습진단치유센터’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방과후 수업에서도 맞춤형 교육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조 후보는 ‘초등학교 지필고사 부활’을 내걸었다. 조 후보는 “진보 교육감 쪽에서 시험을 단순한 경쟁 도구로 생각하고 죄악시하는데 시험의 교육적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진보교육계는 이런 평가 확대는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는 기조를 갖고 있다. 정 후보도 조 후보 공약에 대해 “어떤 후보는 중간·기말고사를 부활시켜 50,60년 전 입시지옥을 다시 만들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히려 학교 평가를 확대해야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란 입장이다. 조 후보는 “현재 아이들은 시험을 안 쳐서 자기 실력이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돈 있는 아이들은 학원 레벨테스트를 보고,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실력을 회복할 기회조차 없다”고 맞섰다. 학교 평가를 늘리면 학업 수준을 알기 위해 학원을 찾는 발걸음이 줄어들 것이란 얘기다.

조 후보는 또 방과후 수업에서 선행학습을 허용하도록 정부에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개정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심판 VS 진보교육 심판

정 후보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논조다. 그는 출정식 연설에서 “초등학교 조기 입학 논란부터 의대 증원 문제까지, 지금의 교육정책은 엉망진창이다. 간단히 말해 졸속, 불통, 퇴행의 연속”이라며 윤석열정부를 비판했다.

조 후보가 ‘조 전 교육감의 진보교육’을 비판하고 있다면, 정 후보는 현재 윤석열정부를 비판하며 맞서는 모양새다.

정 후보는 특히 지난달 검정을 통과한 한국학력평가원의 한국사 교과서 역사 왜곡 논란을 언급하며 ‘올바른 역사교육’을 강조했다. 정 후보는 “뉴라이트 역사관을 갖고 있는 자들이 학생에게 친일사관을 심어주려고 한다”며 “교육청에 역사위원회를 설립하고 ‘우리 역사 바로 알기’ 같은 부교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조 후보는 이번 선거 자체가 조 전 교육감의 귀책으로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조 후보는 출정식에서 “이 선거는 전직 조희연 교육감의 전교조 교사 특채란 불법행위로 이뤄졌다. 우리 아이들의 교육에 쓰려야 할 소중한 세금 600억원이 선거로 낭비된 것”이라며 “그런데도 진보진영 후보는 조희연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한다. ‘조희연 아바타’”라고 비판했다.

조 후보는 또 진보교육계의 ‘상징’인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고 학생권리의무조례를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 후보는 “학생인권조례와 교권침해 상관관계는 증명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최저 투표율 기록할 수도

두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는 특히 지지후보가 없는 부동층이 많아 이들의 표심을 잡는 것이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가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교육감 선거는 평소 지방선거에서도 투표 당일 투표용지를 보고 후보자들 이름을 처음 아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관심이 낮은 편이다. 이번 선거는 평일에 교육감 선거만 단독으로 진행돼 투표율 자체도 매우 낮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시교육감 선거만 단독으로 치러졌던 2008년 투표율은 15.4%였다.

후보가 적을수록 유리한 만큼 막판까지 추가 단일화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본투표 용지는 7∼9일 인쇄하는데, 6일 오후 6시까지 사퇴 의사를 밝히면 ‘사퇴’로 표기된다. 아직 단일화 여지가 남아있는 셈이다. 진보진영으로 구분되는 최보선 후보는 전날 정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조금 더 지켜봐 달라”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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